아이아스 딜레마 - 공정성에 관하여
아이아스는 트로이 전쟁의 명장(名將)이다. 그는 용감하고 우직했다.
반면, 오디세우스는 꾀발랐다. 그는 번지르르한 말과 번뜩이는 전략으로 적군을 당황시켰다.
트로이를 멸망시킨 목마(木馬)를 생각해낸 이도 오디세우스였다.
아킬레우스가 발목에 화살을 맞고 죽자, 그의 갑옷을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가장 뛰어난 군인에게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주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모두의 의견이 같았다. 그런데 누가 가장 우수한 군인일까?
아이아스는 늘 병사들의 모범으로 칭찬받았다. 병사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서는 아이아스에게 갑옷을 주어야 옳다. 병사들은 아이아스처럼 성실하면 누구나 보상을 받는다는 믿음을 갖게 될 테다.
그러나 그리스 군으로서는 오디세우스가 더 소중하다. 아이아스 같은 군인은 많다. 설사 그가 죽더라도, 그 자리는 다른 병사가 채워주면 그만이다.
오디세우스의 경우는 다르다. 그의 뛰어난 머리는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 오디세우스는 우리 편에 꼭 있어야 할 사람이다.
논란이 이어지자, 그리스군 사령관 아가멤논은 ‘공정한 절차’를 앞세웠다. 전통에 따라, 아이아스와 오디세우스가 평가자들 앞에서 연설을 해야 했다.
그리고 누가 갑옷을 받아야 할지는 투표에 붙였다. 그 결과는 오디세우스의 승리였다. 아이아스는 눈이 뒤집혔다. 흥분한 그는 소리를 질러댔다. 도대체 나는 무엇을 위해 용감하게 싸웠단 말인가? 나의 성실함 덕에 그대들이 목숨을 구하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왜 별다른 노력을 안 보였던 오디세우스에게 상을 주었는가?
사람들은 난감해 했다. 사실, 오디세우스에게 갑옷을 주자는 판단은 옳았다. 그가 실망해서 떠나버리면 전쟁 판세가 기울어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아이아스의 불만도 무시하기 힘들다. 아이아스는 병사들 대부분을 대표하기도 했다. 꾸준하고 정직하게 노력한 병사가 보상받지 못한다면, 앞으로 누가 열심히 싸우려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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